‘생물다양성 위기’보다 ‘동식물 멸종’…미국 성인 7338명 설문서 표현별 반응 달랐다

미국 연구진이 성인 7338명에게 생물다양성 감소를 뜻하는 영어 표현 여섯 가지를 무작위로 보여줬다. ‘동식물 멸종’의 친숙도와 우려가 높았지만 실제 보전 행동이나 한국어 표현의 효과는 검증하지 않았다.

나무 탁자 위 잎 달린 가지와 씨앗 껍질, 고사리 잎, 글자 없는 종이 두 장
나무 탁자 위 잎 달린 가지와 씨앗 껍질, 고사리 잎, 글자 없는 종이 두 장. 사진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입니다.

미국 연구진이 성인 73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실험에서 생물다양성 감소를 설명하는 영어 표현에 따라 친숙도와 우려 수준이 달라졌다고 21일 발표했다. ‘동식물 멸종(extinction of plants and animals)’은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학술 용어인 ‘생물다양성 감소(biodiversity loss)’는 낮은 편이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npj Biodiversity》에 실렸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는 22일 연구 내용을 소개했다. 조사 자체는 지난해 7~8월 미국의 영어 사용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새로 관찰한 생태 변화가 아니라 환경 문제를 알리는 문구에 대한 응답을 분석한 것이다.

같은 문제, 여섯 가지 영어 표현

연구진은 참가자에게 ‘생물다양성 감소’, ‘자연 손실’, ‘동식물 멸종’과 각 표현에 ‘위기’를 붙인 문구 가운데 하나를 무작위로 제시했다. 일부에게는 식물·동물 사진과 짧은 설명도 함께 보여줬다. 이후 친숙도, 우려, 긴급성 인식, 육지와 물을 보호하는 정책에 대한 지지 의향을 4단계 척도로 물었다.

설명과 사진이 없는 조건에서 ‘생물다양성 감소’와 ‘생물다양성 위기’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낮았다. ‘동식물 멸종’은 대체로 가장 높은 편이었다. 사진과 설명을 곁들이면 응답 수준이 올라가고 표현 사이 차이도 줄었다. 이때 ‘자연 손실’의 우려와 정책 지지 응답은 ‘동식물 멸종’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위기’라는 단어를 추가하는 효과는 대체로 작았다. 특히 ‘동식물 멸종’을 ‘멸종 위기’로 바꾸면 친숙도와 우려가 낮아지는 비교가 나왔다. 연구진은 정책 지지 의향에서 문구별 차이가 친숙도 등의 차이보다 작았다고 밝혔다. 이 결과를 특정 문구가 실제 보전 참여를 늘린다는 증거로 읽을 수는 없다.

영어 설문 결과, 한국어에 그대로 옮길 수 없어

표현들은 엄밀히 같은 뜻도 아니다. 멸종은 종이 사라지는 극단적인 사례지만 생물다양성 감소에는 개체수·유전적 다양성의 변화도 포함된다. 친숙한 말을 고르더라도 아직 멸종하지 않은 생물이 이미 사라졌다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연구진은 미국 영어 사용자 한 시점의 자기보고 설문이며 응답자가 각 단어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사진과 설명 가운데 무엇이 영향을 줬는지도 분리할 수 없었다. 한국어 사용자의 반응이나 기부·정책 선택, 실제 생태계 보전 성과는 측정하지 않았다.

국제기구 IPBES의 2019년 세계평가 보고서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서비스의 상태·변화를 폭넓게 다룬다. 이번 연구가 제시한 과제는 그 범위를 좁혀 말할 때 뜻이 빠지지 않도록 하면서,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붙이는 일이다.

대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 데이마크

원문: https://www.nature.com/articles/s44185-026-00163-4

연구기관 설명: https://priceschool.usc.edu/news/extinction-crisis-plants-animals-communication-study/

배경 자료: https://www.ipbes.net/global-assessment